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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무의식에 생각을 심는 '인셉션'

ffp 2023. 4. 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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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Inception)'에 소개되는 인셉션의 개념을 주제로 글을 적어본다. 나는 이 영화를 2010년 7월 개봉하자마자 보았는데, 코브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사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그의 마음에 뿌린 씨가 생각으로 자라고 그 생각이 그의 본질이 돼 그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어요." 


영화 ‘인셉션’에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대사

 
이 대사를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먼저 어렸을 때 보았던 20권짜리 세계사 만화책이 떠올랐다. 19권쯤에 세계 2차 대전 얘기가 실려 있었는데 나치에 대한 독일인들의 열광이 특히 흥미로웠다. 화가 지망생이었던 히틀러가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건지 신기했다. 그 호기심을 오래 갖고 있다가 2006년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나왔을 때 바로 읽기도 했다.
 
특별한 출신 배경이 없었던 히틀러는 군대에서 성장했다. 자극적인 선전 문구와 구호의 힘에 흥미를 가졌던 그는 1919년 동료들에게 새로운 민족주의를 교육하는 일을 수행하면서 자신이 연설에 재능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는 메시지를 단순하게 만들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했다. 히틀러의 메시지는 사람들의 분노와 원한, 증오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조와 제스처 등을 연구하고 연극처럼 세심하게 설계하여 연설효과를 극대화했다. 그가 혼란한 전후 독일에서 주목받는 정치 지도자로 성장한 비결이다.
 
괴벨스는 그가 편집인을 맡았던 「민족의 자유」지에 히틀러에 대한 찬사를 실었다. "자신 안에 미래의 사상을 품는 것은 대중이 아니다. 그는 생명과 희생의 용기와 의지를 가진 강력한 개인이다. 대중은 죽었다. 죽은 대중이 어떻게 새로운 삶을 낳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강력한 남자는 살아 있다. 그는 생명을 지니고 있고 생명을 만들어낸다. 그는 죽은 자를 일으킬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 힘의 존재를 믿고 그 힘을 신뢰하며 자발적이고 이타적으로 이에 봉사해야 한다." 괴벨스가 쓴 이 글은 영화 '인셉션'의 저 대사와 매우 맞닿아있지 않은가?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책 표지

 
커뮤니케이션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가공하고, 배포하고, 유통시키는 일이다. 오늘날의 언론, 광고, 홍보는 다 커뮤니케이션이다. 보도를 위한 콘텐츠든, 브랜딩을 위한 콘텐츠든, 마케팅을 위한 콘텐츠든 그것을 만들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타겟에게 전하는 과정은 모두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기존의 인식을 바로잡을 수도 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인식 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치나 시장 환경, 매체 환경이 변해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히틀러는 커뮤니케이션을 도구로 삼아 그 자리까지 오른 거다. 
 
타깃의 머릿속에 메시지를 심음으로써 어떤 특정 대상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것이다. 인지 → 태도 → 행동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의 첫 단추가 인셉션인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메시지를 어떻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인가? 영화에서는 거대기업의 상속자가 회사분할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3단계에 걸쳐 메시지를 설계한다. ①아버지의 길을 따르지 않겠다. ②스스로 일어서겠다. ③아버지는 내가 다르길 원한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먼저 고객을 잘 이해해야 한다. 고객이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래서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을 잘 이해하기 위해 조사를 수행한다. 그러나 이는 무의식의 영역이기 때문에 고객 스스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때문에 직접관찰, FGI(Focus Group Interview) 등 정성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또는 인셉션에서처럼 사람들의 무의식에 어떠한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 히틀러처럼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하여 전달해도 된다. 고객이 구매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한 후, 이를 기업의 설립이념과 미션, 비전, 핵심가치와 연계해 자연스럽게 연상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설계하는 것. 비용효율적인 채널을 통해 타깃에게 지속적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고객 인식 상의 핵심이미지 연상 정도를 꾸준히 측정하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각종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된 대한민국의 현재는 전후 독일을 닮은 것 같다.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주변국에 대한 증오심을 조장하는 정치는 그들을 모방한 듯하다. 히틀러같은 카리스마를 갖고 있으면서도, 깨끗하고 정의롭고 유능한 지도자가 나타나 공존과 희망의 정치를 펼친다면 그의 괴벨스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 '인셉션'의 메시지 설계 사례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 (출처: KMDB)
영화 '인셉션'의 포스터 (출처: KMDB)
히틀러가 독일의회 연설 후 미국에 선전포고하는 이미지 (출처 : 위키미디어 / Bundesarchiv, Bild 183-1987-0703-507 / unbekannt / CC-BY-SA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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