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farplanet

여름엔 콩국수, 청계천 강산옥 본문

info

여름엔 콩국수, 청계천 강산옥

ffp 2023. 4. 10. 08:25
728x90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콩국수를 일컫길 ‘성인들의 이유식’이랬다. 그 오묘한 맛과 편안히 먹을 수 있는 특징을 잘 살린 좋은 표현같다. 난 콩국수를 즐겨먹는 편은 아니지만, 지난해 청계천 강산옥(서울 중구 청계천로 196-1)에서 먹었던 콩국수는 마음에 들어서 이번 여름에 또 먹어야지 하고 있다.

강산옥은 을지로4가역 근처 허름한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직장동료와 함께 말도 안되는 낡은 계단을 함께 오르며 “이렇게 허름한 곳에 있으니 왠지 더 맛있을것 같다(?)”며 신났던 기억이다. 내부는 넓지않다.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데 뒷테이블과 가까워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맛만 있으면 되니까. 창가에 앉았는데 바람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푸른 잎들과 청계천이 보였다.

메뉴는 콩국수(13.0)와 콩비지(10.0/카드결제11.0)가 있다. 콩국수는 여름에만 팔고, 그 외의 기간엔 콩비지를 판다. 그리고 1.5리터 짜리 페트병에 콩물을 담아 파는데 그게 4인분 4만원이란다.

강산옥은 청계천 근처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리얼코리아 방송에 나왔다고 창문에 랩핑을 해놨다.


주방과 홀 사이 뚫어놓은 반원형의 구멍 사이로 빨간 다라이가 보였다. “콩을 저기서 씻고 그때그때 갈아내는건가? 오이 채를 써는걸까? 김치를 담그는 중인가?” 다라이의 용도에 대해 추측해보던 사이에 구멍 사이로 그릇들이 분주히 오간다.

청계천 강산옥
청계천 강산옥


콩국수는 연한 아이보리색을 띄고 있고 그 위에 오이가 새 둥지 모양으로 한 움큼 곱게 올려져 있다.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플레이팅이다.

먼저 국물부터 떠먹어보니 시원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섞는데 꾸덕꾸덕한 콩국물에 면을 비벼먹는 느낌이다. 국물에 얼음을 넣었다면 녹으면서 묽어질텐데 그러지않아 좋았다. 맛은 진하고 고소하다. 느끼함은 1도 없이 담백한데 오이가 아삭하게 씹히며 청량감을 더해줘 전체적인 맛의 조화를 한층 더 끌어올려준다. 이 한 그릇 먹겠다고 굳이 이곳까지 찾아오길 잘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동행했던 직장동료가 콩국수로 유명한 다른 맛집들 얘길 해줬는데, 여의도 진주회관은 강산옥보다 국물이 더 진하다고 했다. 하지만 내 입맛엔 강산옥 콩국수의 진함이 딱 좋았어서 그저 이걸로 만족할 생각이다.  

강산옥은 일요일엔 쉬고, 월~토요일엔 11:30~14:00에만 문을 연다. 재료 조기소진시 못먹는 경우도 있다니 체크해두자. 곧 여름이 오면 콩국수를 먹으러 가야지. 청계천아 기다려라.

청계천 강산옥의 콩국수 자태
청계천 강산옥 콩국수 면을 비벼본 모습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