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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무의사 도전기 01 본문
이 글은 내가 제2의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나무의사 시험 준비 관련 정보와 잡담을 섞어가며 찬찬히 오랫동안 써볼 참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글.
나는 나무가 좋다. 푸른 잎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검은색, 회색 옷을 주로 입는데 얼굴 톤만 맞았다면 녹색 옷, 청록색 옷, 연두색 옷을 즐겨 입었을 거다. 나무의 푸르름이 외적인 아름다움이라면 나무의 생명력은 내적인 매력이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세월을 견디는 나무에겐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역사가 오래된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 오래된 나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나도 이 나무들처럼 단단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매년 봄이 되면 나는 가족들과 양재꽃시장을 찾아 이쁜 나무 화분을 집에 들인다. 아내와 딸이 애정을 갖고 돌보는 덕분에 우리 집에는 삐죽삐죽한 이레카야자 ‘꼬지’와 뚱뚱한 고무나무 ‘통통이’, 귀여운 낑깡나무 ‘깜찍이‘가 살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 과습과 환기불량, 일조량 부족 등으로 생을 마감한 수많은 나무들이 있었다. 아파트 실내에서 나무를 잘 키워내기는 쉽지 않다는 핑계를 대 보지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런 똥손인 내가 제2의 인생 직업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나무의사다. 나무의사를 처음 알게 된 건 2019년 7월, 산림보호법이 개정돼 새롭게 제도가 도입된다는 언론기사를 통해서였다. 병든 나무를 치료해 주는 일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비전공자인 내가 나무의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①학점은행 이수 ②산업기사 또는 기사 시험 합격 ③나무의사 양성과정 이수 등이 필요했다. 4년제 대학 졸업자가 기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학점은행 48학점, 산업기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학점은행 36학점이 필요하다. 나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산업기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물론 이왕이면 기사를 따는 것이 더 좋겠지만 주 목적인 나무의사에 집중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학점은행 상담을 받아본 결과 매경테스트 또는 한경TESAT 시험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으면 18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한경TESAT을 선택했는데 딱히 이유는 없었다. '한 단계씩 차근차근 가보자!' 나는 한경TESAT 기본서(에듀윌) 한 권을 구해 가볍게 읽어보면서 2020년 3월 한경TESAT 시험에 응시했다. 이 시험에서 2등급 이상을 받으면 바로 학점은행 수강신청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생겼다. 당시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시험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의 감염병 예방 생활수칙상 외부활동을 최대한 피해야 했다. 오프라인 시험 응시도 문제였지만 이후 양성과정 교육 참가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나는 그렇게 나무의사에 대한 첫 도전을 미뤘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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