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무의사 도전기 02

이 글은 내가 제2의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나무의사 시험 준비 관련 정보와 잡담을 섞어가며 찬찬히 오랫동안 써볼 참이다. 오늘은 두 번째 글.
 
 
'나무의사에 다시 도전해 볼까?' 생각이 든 건 봄맞이 대청소 덕분이다. 책상과 책장, 침대 등 안방 가구 위치를 새로 바꾸었고 그동안 껴안고 살던 온갖 잡다한 것들을 버렸다. 어렸을 적 공부하던 시험 기본서도 버렸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진 않았다. 그런 아쉬움을 내려놓는 것 같아서 버릴 때 기분이 좋았다. 팬트리 선반 구석에 치워뒀던 수목생리학, 토양학, 조경수병해충도감 등 나무의사 시험 기본서들도 눈에 들어왔다. 2019년 이 책들을 살 때만 해도 나는 30대 후반이었는데 어느새 40대 초반이 되어버렸다. 코로나를 핑계로 접어둔 제2의 인생 플랜이 생각나니 순삭 된 지난 4년이 아까웠다. 그간의 성과라곤 딸이 건강하고 이쁘게 잘 자라는 걸 지켜본 게 다다. 더 늦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의사 시험 응시자격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비전공자인 내가 나무의사 시험을 보려면 산림/식물보호/조경 산업기사 또는 기사 자격이 필요하다. 기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학점은행에서 106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4년제 대졸자는 학점은행제 타전공 제도를 활용해 경영학 전공으로 48학점만 이수하면 된다. 산업기사의 경우엔 4년제 대졸 기준 필요 학점이 36학점으로 낮아진다. 매경테스트 또는 한경TESAT 시험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으면 18~20학점을 채울 수 있으니 한 학기만에 응시자격을 갖출 수 있다.
 
네이버에서 '나무의사'를 검색하니 학점은행 상담 광고 글이 여럿 나왔다. 평생교육원들 간의 학생모집 경쟁이 치열한데도 비용은 대략 3학점당 9만 원 선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교육원 사이트에서 직접 결제하면 더 높은 가격으로 표시되지만 상담 선생님을 통하면 할인쿠폰을 적용받을 수 있다. 2인 이상 수강 시 3학점당 7만 5천 원을 제시하는 곳도 더러 있으니 참고하자. 3학점당 5만 원을 제시한 상담 선생님도 있었지만 카톡 답변이 너무 느리고 설명이 엉성해서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상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경영학 6개 과목(경영통계학, 경영학개론, 경제학개론, 시장조사론, 인간관계론,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학점은행 1학기 수강신청을 마쳤다. 이어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제 홈페이지(www.cb.or.kr)에서 학습자등록을 했다. 상담 선생님 안내대로 진행하면 되는데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대학 졸업증명서를 우편으로 보내는게 귀찮았고 수수료 4천 원이 들었다. 이어서 한경TESAT 시험 접수도 마쳤다. 한경TESAT 응시료는 3만 원인데 네이버 검색 등을 통해 1만 원 할인코드를 구할 수 있으니 감사히 활용하자. 
 
 

에듀윌에서 펴낸 한경TESAT 수험서 이미지. 4년 전에 사두었던 책을 이제야 보았다.

한경TESAT 등급표 (이미지 출처: 한경TESAT 홈페이지)

한경TESAT 홈페이지 공부방에 공유되는 '시사 경제용어 따라잡기'

 
 
 
한경TESAT 시험에서 2등급을 받으면 학점은행 18학점을 받을 수 있다. 한경TESAT 시험 접수일부터 시험일까지 남은 시간은 약 3주 가량. 나는 4년 전에 사뒀던 에듀윌 수험서를 훑어봤다. 미시경제, 거시경제, 국제경제, 금융/경영/시사상식 등 전반적인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데 나는 경제학을 공부해본 적이 있어서 기출문제만 풀었다. 문제는 금융/경영/시사상식인데 최신 트렌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이 파트를 4년 전 책으로 준비할 수는 없었다. 검색해 보니 '시험일 즈음 한경TESAT 홈페이지의 테샛공부방 게시판에 '시사 경제용어 따라잡기' 콘텐츠가 업로드되는데 거기서 상당히 많은 문제가 출제된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테샛공부방 게시판에는 문제풀이 콘텐츠도 많이 올라와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상경계열 전공자는 수험서를 사지 않고 테샛공부방 콘텐츠들만 잘 읽어봐도 충분히 2등급 이상 성적이 나올 것 같다. 
 
제87회 한경TESAT 시험 결과 내 성적은 1등급, 학점은행 19학점을 받게 됐다. 어차피 학점은행 수업 과목들은 모두 3학점이므로 산업기사 또는 기사 응시자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경TESAT 2등급(18학점), 1등급(19학점), S등급(20학점) 간 의미 있는 차이는 없다. 이로써 나는 학점은행 18학점과 한경TESAT 19학점을 합해 산업기사 응시자격(36학점)을 다 채우고도 1학점이 남게 됐다. 학점인정 신청은 매년 1월, 4월, 7월, 10월에만 가능하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학점은행제 홈페이지에서 자격증 학점인정 신청을 하면 되는데 한경TESAT 성적표에 기재된 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추가 첨부파일 없이 손쉽게 신청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점당 1천 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학점은행 1학기 수업은 7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온라인 수업만 빠지지 않고 잘 들으면 되고 중간/기말고사 등은 사실상 오픈북으로 진행되므로 부담이 전혀 없다. 이제 다음 차례는 산업기사 시험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제 홈페이지(www.cb.or.kr) 학습자등록 및 학점인정 신청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