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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의 왕, 나누미떡볶이 성대본점

ffp 2023. 4.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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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떡볶이 맛집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혜화를 보게 하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쫄면을 먹으려면 명동 명화당에 가면 된다고 포스팅을 올린 바 있다. 그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려면? 이것도 명화당 쫄면만큼 압도적으로 명확하다. 나누미떡볶이 성대본점(서울특별시 종로구 선균관로 9-1)이 그곳. 어디가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기필코 무조건 나누미떡볶이를 먹어봐야 한다. 당연한 얘기다. 와퍼와 빅맥을 먹어보지 않고 햄버거의 맛에 대해 얘기할 수 없는거다. 
 
사실 나는 이곳을 나누미떡볶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라떼는 이곳을 HOT떡볶이라 불렀다. 과거 HOT가 인기절정일 때 이곳을 방문해 떡볶이를 먹고 가서인데, 당시 '맛나김밥 부산오뎅'이라는 상호가 있었지만 세상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HOT떡볶이라 불렀다. 그후로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언제부턴가 나누미떡볶이로 이름이 바뀌었다. 무슨 분쟁이 있었나본데 어쨌거나 맛은 옛날 그대로라 이름이 HOT든 나누미든 뭐가 됐든 상관없다. 우리 가족은 그냥 HOT떡볶이라 부른다. 
 

혜화동 나누미떡볶이 성대본점의 떡볶이와 오뎅
혜화동 나누미떡볶이 성대본점의 떡볶이와 오뎅

 
메뉴는 쌀떡볶이(5.0), 김밥(5.0), 찹쌀순대(5.0), 부산어묵(개당1.5)이 있다. 20년 넘게 이곳 단골인 나는 김밥과 순대는 굳이 주문하지 않는다. 오직 떡볶이와 오뎅이다. 
 
떡볶이에 무슨 짓을 해야 이런 식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전용 방앗간이 있어 쌀떡을 뽑아온다는데 한입만 먹어봐도 탄성이 나온다. 아직 이 맛을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믿고 일단 찾아가서 한 입만 씹어봐라. 전국의 떡볶이 가게 사장님들도 한번 벤치마킹을 와보셔야 한다.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에게 느낀 열등감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일생을 걸어도 좁힐 수 없는 격차가 그곳에 있다. 카메라의 기준이 '캐논이냐 아니냐'인 것처럼. 떡볶이의 기준은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HOT냐 아니냐'다. 객관적인 팩트다. 떡볶이 양념이 배어있는 정도도 더할나위없이 완벽하다. 매콤함과 달콤함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조율해낸 양념도 훌륭하지만, 이 떡볶이의 레벨을 저세상 수준으로 끌어올린 1등공신은 단연 쌀떡이다. 
 
글 제목을 '떡볶이의 왕'이라 붙였지만, 이곳은 '오뎅의 왕'이기도 하다. 나는 떡볶이를 좋아해서 떡볶이를 첫 손에 꼽는 것이지만, 이곳의 오뎅은 뭔가 특별하다. 어쩜 이렇게 오뎅 살이 잘 무르익은 복숭아처럼 탱글탱글한지 신기하다. 눈을 감고 한 입 가득 머금으면 바다가 펼쳐진다. 소고기는 고기 맛으로 먹고 회는 회 맛으로 먹듯이, 이 오뎅은 간장을 찍지말고 먹어야한다. 이 글의 문장들이 좀 강해서 사기처럼 보이려나 싶어서 웃긴데, 진짜 사기는 이 글이 아니라 나누미떡볶이의 쌀떡볶이와 오뎅이다. 이 맛은 100% 사기다. 아주 죄가 많은 맛이다. 
 
요즘 '서진이네'를 즐겨 보는데 한국 분식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콘텐츠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다만 이왕이면 HOT떡볶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맛을 한번 본 외국인들은 죽기전에 한번은 반드시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을텐데! 떡볶이가 아무리 세계화되더라도 HOT떡볶이가 있는 한 전세계 떡볶이의 수도는 혜화다. 
 

혜화동 나누미떡볶이 성대본점의 떡볶이
혜화동 나누미떡볶이 성대본점의 오뎅

 
더욱 놀라운 것은 여긴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새벽에 가서 사먹은 적도 있다. 아내가 사오래서 밤 늦게 시동걸고 다녀온 적도 많다. 넉넉히 따로 포장해와서 일부는 냉동실에 쟁여두고 먹기도 하는데 그래도 맛있다. 주차는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데 성균관대 담벼락 뒷편에 잠시 댈 때도 있다. 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함께 H며들자. 이제 당신은 HOT떡볶이를 모르던 세상으론 돌아갈 수 없을거다 영원히. 

아니 정말 어쩌면 수사가 필요한 맛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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