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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리본 맛집 '유천냉면' 칡냉면 본문
냉면의 계절, 여름이 오고 있다. 개인적으론 평양냉면을 좋아해서 필동면옥(서울 중구 서애로 26)과 우래옥(서울 중구 창경궁로 62-29)을 즐겨 찾지만, 가끔 칡냉면이 생각나면 유천냉면(서울 송파구 강동대로3길 22)에 간다.
유천냉면은 블루리본서베이에 2016~2023년 연속으로 선정된 냉면 맛집이다. 오랜 단골이 많은 노포이기도 하다. 1982년 풍납동의 유천빌라에 냉면집을 차린 것으로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냉면과 보리밥만 팔았다고 한다. 수십 년간 한결같은 맛으로 장사를 이어와 오늘날의 유천냉면으로 자리 잡았다. 명동교자에 가면 숟가락에 가게 이름이 각인되어 있는 게 참 좋았는데, 유천냉면도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수저 포장지에 유천냉면의 로고가 인쇄되어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런 것들이 내겐 '식당을 하는 사람의 자부심'으로 보이는 것 같다.
메뉴는 물냉면(10.0), 비빔냉면(11.0), 회냉면(13.0), 들기름메밀면(12.0), 비빔메밀면(14.0), 1982 왕갈비탕(19.0), 만두국(고기/김치, 10.0), 얼큰온반(평양식육개장, 13.0), 수육(250g, 38.0), 직화석쇠돈불고기(12.0), 부추전(8.0), 만두(고기/김치/반반, 7.0) 등이 있다. 특이하게도 가게에 들어가면 먼저 메뉴를 선택하고 값까지 치른 후 자리에 앉는 시스템이다. 여름에 가면 대략 30분에서 심하면 1시간가량의 웨이팅이 필수이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메뉴를 고민하면 된다.
유천냉면의 Must - Order 시그니처 메뉴는 물냉면이다. 새콤한 살얼음 육수와 매콤한 다대기 양념장에 젓가락을 찔러 넣고 살랑살랑 휘저으면 수면 아래 잠겨있던 쫄깃한 깜장 칡냉면이 자태를 드러내며 공감각적으로 나를 만족시켜 준다. 숭숭 썰어 넣은 오이와 무김치, 배 한쪽, 계란 반알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냉면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비냉이냐, 물냉이냐'는 '짜장이냐, 짬뽕이냐'에 버금갈만한 평생의 고민인데, 유천냉면에선 그 문턱이 높지 않다. 비빔냉면을 주문하면 살얼음 육수 슬러시가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비냉으로 먹다가 육수 슬러시를 부어 물냉면처럼 먹어도 된다.
냉면이랑 잘 어울리는 음식들이 있는데, 유천냉면에선 그런 것들을 골고루 팔고 있어 고르는 재미가 있다. 냉면과 만두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부추전은 또 얼마나 잘 어울리게요?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그래, 그 맛이다. 수육과 돈불고기도 훌륭하다. 메뉴의 가짓수가 너무 많은 식당은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유천냉면의 메뉴는 기본적으로 냉면을 정중앙에 모시고 곁가지 메뉴들이 각 잡고 도열한 모양새이므로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저번에 한번 월요일에 유천냉면을 찾아갔다가 '명절과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라길래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적이 있다. 영업시간은 10:30 ~ 21:00이다. 유천냉면 연락처는 0507-1400-6000 이다. 식당 바로 옆에 전용주차장이 있는데 식사 영수증을 제시하면 된다. 최초 60분은 무료, 이후 10분당 3천 원이란다.
사실 이 칡냉면은 여름에만 생각나는 것이 아니어서 추울 때도 찾곤 한다. 하지만 여름에는 이곳을 들르지 않으면 해야 할 숙제를 하지 않고 뭉개고있는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다. 여름이 오고 있다. (Summer i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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